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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픔...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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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인간과꿈 |
등록일 : 2005-12-15 0:48
조회 : 921
추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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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번뇌성주님께서 과거 한경정 싸이트에 올리신 글입니다.
우리 마티즌들에게 깊은 성찰을 느끼게 하는 글이라 여겨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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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번뇌성주>
하늘이 시리다.
하늘이 시린 것은 하늘이 눈이 부셔서가 아니라...
눈물이 차오른 내 눈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경마...
이 놈의 경마에 질탕 깨지고...
속절없이 눈물로 후회를 달래는 너무나도 가여운 나의 연민 때문이다.
이대로..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갈 곳을 잃은 체 무정한 절망의 거리를 해매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
가정이란 이 소중한 단어...
너무나도 소중하여 울고 싶어지는 이 단어...
모든 평화와...
모든 행복과...
모든 기쁨이 있는 이 단어....
그러나 내게는 이제 이 모든 것들이 없다.
경마란 이름의 잔인한 도박이 야금야금 먹어치워 버렸다.
집...
이제는 들어서는 것조차 두렵고 무서워진 집....
아내는 내가 들어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잡놈 인생 20년을 훌쩍 넘어 버린 내게 고개 돌려 눈길 준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일일 터...
설거지를 하고 있는 마누라의 옷깃을 붙들고 아들놈이 칭얼대고 있다.
[엄마..천원만...엄마 천원만 달라니까...]
아내가 소리친다.
[내가 천원이 어딨어!]
아들놈을 향한 아내의 소리는 발악이고 절규였다.
아들을 향한 발악도 절규도 아니었다.
바로 나를 향한 한 맺힌 절규였다.
내 아들은 이제 고작 여섯 살의 철부지다.
그렇다고 내가 여섯 살 아들을 둘 만큼 젊다는 것은 아니다.
늦둥이다.
위로 아들 놈 둘....
딸 하나 낳아 보겠다고 낳은 것이 저 늦둥이다....
나는 저 늦둥이가 너무 예쁘다.
아내가...
장성한 아들들이...
내가 잡놈이라는 이유로 나가든 들어가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이 놈들 때문에 잡놈의 서글픔으로 눈물을 지어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저 철모르는 늦둥이만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내게 안기고 내 볼에 뽀뽀를 하고....
내 입술에 뽀뽀를 한다....
아직은 내가 잡놈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울컥..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잘한 것이 없는 나였기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도독고양이처럼 조용히 아들 놈 컴 앞에 앉는다.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인지한 늦둥이가 쪼르르...달려와 내 무릎에 앉았다....
[아빠....천원만 줘....]
[뭐하게...?]
[그냥...민영이도한 지붕 아래 사는 또래 여자 아이 천원 있단 말이야...]
나는 주머니를 뒤져본다.
주머니를 뒤지는 내 손가락 끝에 묻어나오는 빈주머니의 감촉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천원...천원만이라도 남겨 올 것...
이 놈 사탕 값이라도 남겨 둘 걸..
말밥을 다주고 차까지 내버려 두고 온 내 자신이 한없이 처량할 뿐이었다.
그러나 늦둥이 놈이 내 처지를 알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늦둥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나의 말은 현실과는 반대 방향이다.
[천원...줘야지...천원....]
나는 안다.
큰 아들 놈이 어느 책갈피 속에다 용돈을 꼭꼭 숨겨 놓는지....
나는 큰 놈의 용돈을 살짝할 요량으로....
쓰고...몰래 다시 끼워 놓을 요량으로...
큰 놈의 용돈을 믿으며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내 걸음을 따라 오는 늦둥이의 얼굴에 환한 기쁨이 퍼진다.
괜히 가슴이 찡하다.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왈칵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 오른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책갈피를 펼쳤다.
혹시나 큰 놈이 용돈을 다 써버렸으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으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러나 큰 놈의 책갈피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눈에 들어 온 새파란 지폐...만원...
하지만 정확히 만원만 있을 뿐 늦둥이가 원하는 천원짜리는 없다.
만원인데...?
난감한 표정으로 늦둥이를 내려다보았다.
도저히 저 환한 기쁨에 찬 얼굴에다 찬물을 끼얹을 용기가 내게는 없다.
나는 늦둥이게 만원짜리를 꼬옥 쥐어 주면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엄마가 알면 큰 일 나...절대로 알면 안돼....형아도...알았어...]
늦둥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늦둥이 놈은 뒷꿈치를 들고 살살 밖으로 나간다.
그 날은 그렇게 아내와 냉정인 채로 아무 일없이 지나갔다.
월요일 밤....
나는 아들놈의 책갈피에 만원을 다시 채워 놓았다.
여전히 아내와는 냉전이고 나는 컴 앞에 앉는다.
언제 알았는지 늦둥이가 나의 무릎에 앉는다.
이 놈은 이래서 미치도록 예쁘다.
늦둥이가 반바지를 걷어 올린다.
내 눈에 불이 일어난다.
늦둥이의 허벅지에 피가 베어 날 정도로 매를 맞은 자국이 열력하다.
나는 늦둥이를 끌어안고 가만히 말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왜 엄마 말 안 들었어...]
늦둥이는 고개를 젓는다.
[거짓 말...엄마 말 안 들었으니까 맞았지...괜히 때려....]
늦둥이는 고개만 젖는다.
나는 화가 더 치밀어 오른다.
이 놈의 여편네가 나한테 화를 못 내고....!
벌떡 몸을 일으켜 아내를 다그치려다 참는다.
대신에 늦둥이를 꽈악...껴 앉았다....
이 놈의 못난 애비 때문에....
나는 늦둥이에게 속삭여 준다.
[아빠가...엄마 혼내 줄께...알았지...현웅아...]
늦둥이의 이름은 현웅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름이다.
늦둥이는 갑자기 고개를 흔든다.
[엄마 혼내지마...]
겁먹은 얼굴로...
금세 그 까맣고 예쁜 눈에서 눈물이 맺힌다.
나는 더 꽈악...늦둥이를 끌아 안는다...
이런 애를...이런 애를 때리다니...이렇게 피가 베일 정도로....
독한 년...독살스러운 년....
간밤에 아내와 화해를 했다.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되었다.
아내와 화해는 내게 어떤 형태로든 평온이다.
적어도 마요일이 있기 전까지는.....
아침에 따뜻한 밥을 모처럼 얻어먹었다.
회사에 출근하려다 말고 아내에게 물었다.
[왜 현웅이 때렸어?]
아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알아요?]
[....?]
[글쎄 그 녀석이 내 지갑에서 돈을 훔쳐갔어요...]
[....?]
[내 지갑에 딱 만원짜리 한 장이 있었는데 없어진 거예요....]
[...!]
[그래서 찾아보니 글쎄 그 녀석이 내 지갑에 손을 댄 거네요...]
[벌써부터 손버릇이....]
그 순간 내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팽창하였다.
내 잎에서 피가 튀듯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 돈 내가 준거야!
왜 이유도 묻지 않고 때렸냔 말이야!
왜 때렸어! 왜!
나를 멍하니 쳐다보는 아내의 두 눈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솟구쳤다.
그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그...그랬어요....
그..그것도 모르고...아무리 아빠가 주셨다고 해도 미 믿지 않고.....
미워서...그저 미워서....
내 목젖이 울컥 뜨거워 졌다....
이 모두가 내탓....잡놈 인생을 산 내 탓....
내가 아내의 지갑을 몰래 넘보고...아내의 카드를 슬쩍하고....그리고 마판으로...화투 판으로....
그랬을 것이다...나를 향한 한을 토하듯 인정사정없이 때렸을 것이다...
그래도...지 딴에는 아빠로부터 엄마가 혼날까 봐...
억울해서...너무도 억울해서...내게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을...그 착한 늦둥이를...
나는 후들거리는 걸음을 붙들고 집을 빠져 나왔다.
하늘을 본다.
뜨거워지는 목젖으로 솟기 시작하는 눈물을 억제하기 위해서...
아무리 하늘을 보고 눈물을 참으려 해도...
목젖을 뜨겁게 달구고 올라 온 눈물은 내 눈두덩을 밀어 올리고 만다.
---이놈!
이 놈의 서글픈 마판!
-----잡놈 음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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