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정지 2일 처분합니다. 이의 있습니까?"
라고 재결위원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러나 기수는 대답을 머뭇거린다. 다시 재결위원이 묻는다.
"결승선 전방 300M 지점에서 안쪽으로 사행하여 뒤따르던 말의 주행에 영향을 준 사실을 인정합니까?"
"경주에 처음 출주하는 신마라 채찍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본의 아니게 타 마필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제서야 기수는 실토하듯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이를 보고있던 수석재결위원이 의사 결정봉을 집어들며 부연 설명을 한다.
"기승한 마필이 경주에 첫 출전한 마필인 점 인정되나, 타 마필 주행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미흡했고 결과적으로 방해받은 마필이 손해를 본 책임을 인정합니다. 땅땅땅"
부산경남경마공원 관람대 지하 1층에 자리한 재결심의실. 이곳은 부정이나 실수 등 경주상황을 종합점검, 판정하기 위한 장소로 경마장의 재판정이라 할 수 있다.
"축구나 야구 등의 대부분의 기량이 모자라거나 실수한 선수를 코치나 감독이 야단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경마에서 기수들은 재결위원들로부터 경주에 대한 질책을 받거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징계를 받습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수석 재결위원 정형석 심판팀장은 경마공원의 판관 포청천으로 유명하다. 정 팀장이 이끄는 총 3명의 재결위원들은 공정경마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각종 반칙사항, 진로방해, 기수의 능력발휘 불량 등 경마시행규정 위반 사항을 심판하여 기수에게 제재를 가하고 경주 중 이상 마필 등에 대해서 출주취소 등의 전반적인 경마진행을 총괄하는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씩 베팅액이 걸린 매 경주마다 공정한 심판은 필수조건, 그래서 재결위원들의 역할은 중대하다.
현재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정형석 수석재결위원, 외 2명의 재결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실제 경마가 이루어지는 금요일에는 서울경마공원 재결위원 1명이 충원된다.
"경마분야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경주마가 발주기(출발선)에 들어서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신경이 쓰입니다."며 공정한 경마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한 치의 빈틈없이 경주를 감시해 고객들의 선택에 피해가 없도록 언제나 체크해야 한다.
부산경남경남경마공원 관람대 4층 재결실에는 망원경으로 경주를 감시할 수 있는 감시 데크와 다양한 각도에서 기수의 손동작 까지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들이 설치되어 있다. 재결위원들은 망원경과 감시용 모니터를 번갈아 응시하며 서로 경주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위반상항을 체크한다.
재결위원들은 경주가 끝나는 순간 경주심의를 위해 지하 1층 재결심의실로 내려간다. 신속한 심의를 위해 재결위원을 위한 초고속 전용 엘리베이터가 준비돼 있다.
재결심의실은 조교사 기수가 근무하고 있는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짧은 시간에 심의를 해야 하고 조교사 기수에게 경주진행사항에 대해 직접 당사자의 의견청취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의실에서는 일단 문제가 있다고 판정받은 기수와 함께 모두 6개의 모니터를 통해 다시 한번 경주 장면을 살펴보고 의심사항은 몇 번이고 리플레이하며 심의를 결정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착순을 확정하는 것도 재결위원들의 몫. 약 30분 주기로 이루어지는 경주진행을 위해 경주가 끝난 후 심의 및 재결을 거쳐 경주가 끝난 뒤 보통 5~8분 만에 최종적으로 착순확정을 끝내야 한다. 경주가 끝나면 모든 일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고 공정한 재결이 될 수 있도록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KRA 재결위원은 미국, 호주 등 경마선진국과의 교류를 통해 보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여 한국경마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고 말하는 정형석 팀장은 국제적으로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학(University of Louisville)의 재결위원 인증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재결위원 자격을 획득 하는 등 후배 재결위원들의 '롤모델'로 한국경마의 세계화를 이끌어 가는 선봉장 역을 맡고 있다.
특히 정형석 팀장은 서울경마공원에 이어 제2의 더러브렛 경마장으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이 믿을 수 있는 '신뢰'라며 이를 위해서 완벽한 경마시행 규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마공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한다.
- 부산경남경마공원에 판관 포청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