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애마 동지들간의 오프 모임의 기회를 갖게 됐었다.
일요 경마가 끝나면 소주를 곁들인 간단한 뒤풀이 성격의 모임이었다.
대부분의 경마 뒤풀이 모임이 그러하듯이 한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빈털털이 신세가 되고 나니 그 책임의 대부분을 기수, 마방, 마주들의 연대니 부정이니 하는 탓으로 돌리기가 쉽상이다.
특히나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마인들이 이 연대라는 것을 인정하고, 또 나름대로 한두 가지 정도의 연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특정 경주에서 부정 경마 여부를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연대가 존재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증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당시 난 그 연대라는 것을 언젠가는 한번 증명해 보기로 작정을 했었다.
그 후 어느 뒤풀이 자리에서 예의 그 연대라는 것이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으며, 나름대로 연대를 가장 많이 주창하던 어느 한 분이 내게 제시한 기수 간의 연대는 다음과 같았다.
우창구-김효섭 연대 : 이 두기수가 아주 친해서 서로 도와준다고 함.
김효섭-김혜성 연대 : 두 기수의 사이가 좋아 서로 도와준다고 함.
박태종-이성일 연대 : 두기수의 사이가 아주 나빠서 서로 죽기살기로 상대를 훼방 놓는다고함.
약 3년간의 경주 결과를 토대로 위 3개의 기수 연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고, 그 검증의 결과는 너무도 기가 막혔다.
첫 번째 연대인 우-김 연대가 서로 도와주기 연대라고 하는데...
실재로는 두 기수가 함께 출전한 경주에서 우창구기수는 입상율 22%로 자기의 평균 입상율 26%를 훨씬 못 미쳤고, 김효섭기수는 39%의 입상율로써 본인의 평균 입상율 36%를 상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만약 두기수가 친하다면 평소 성적이 좋은 김효섭기수가 우창구기수에게 입상을 양보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친하다는 두 사람의 경주에서 잘나가는 김효섭기수는 더 많이 입상하고 못나가는 우창구기수는 더 적게 입상하는 이상한 연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두 기수 사이에 연대는 개코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대가 김효섭-깁혜성 연대인데...
마찬가지로 두기수가 친해서 서로 도와준다는 것인데, 도와준다면 당연히 효섭기수가 혜성기수를 도와줘야 상식이거늘...
두 사람이 함께 출전한 경주에서 김효섭은 38% 입상율로 자기 평균 36%를 상회하며. 김혜성은 12%입상율로 자기 평균 20% 입상율 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입상율을 보였다.
효섭기수가 도와 주기는커녕 친한 혜성기수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는 결과를 보여주니, 이 또한 전혀 연대라고는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마지막 증명이 박태종-이성일 연대인데...
두 기수가 서로 으르렁거려 서로의 입상을 방해한다는 연대였다.
두 기수가 한 경주에서 함께 인기 3위 이내의 마필을 기승했던 총 9번의 경주에서 무려 4번의 경주에 동반입상을 하게 되는 것이 검증되었다.
만약 서로 사이가 나빴다면 이렇게 함께 입상할 수 있는 경주는 극히 희박할 수 밖에 없을 것이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수나 마방, 혹은 마주간의 연대라는 것이 실재로 증명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근거 없는 낭설이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씩 마주 연대를 입에 담는 경마팬이나 예상가를 볼 수 있는데, 이 마주 연대라는 것의 실상을 알고 보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하품나게 한심한 위인들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일년 동안 과천에서 경주에 출전시킨 마주의 숫자는 총 414명이나 되며 한 마주 당 일년에 평균 29두 정도를 출전시킨다. 따라서 두 마주가 한경주 함께 출주시킬 수 있는 경주는 일년에 1개 경주가 채 되질 않는다.
일년 동안 가장 많이 출전시킨 마주가 각각 94두, 89두를 출전시켰는데, 이 두 마주가 일년 동안 만날 수 있는 경주도 단 7경주에 불과하다.
여기에 두 마주의 마필이 인기3위안에 같이 들어갈 가능성은 2년에 한 경주 정도 밖에는 되질 않으니 두 마주가 아무리 서로 짜고 이러꿍 저러꿍하고 싶더라도 만날 수 있는 경주가 극히 희박해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기수, 마방, 마주 연대라는 것이 실상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예상가나 쏘스꾼들이 퍼트린 근거 없는 루머나 추측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극히 일부의 질 나쁜 기수, 조교사, 마주들이 가끔씩 장난을 치는 것은 분명 부인할 수 없지만 연대나 부정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만연해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밝혀두려고 한다.
경마에서 이기는 방법은 남과 다른 생각과 다른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쪽의 배당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연대가 있다고 생각할 때, 연대는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도 당신은 이기는 쪽에 서있는 사람일 것이다.
HND 글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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